2026년 8월 13일 오후 1시 36분. 뉴욕 타임스퀘어의 거대한 전광판에 투박한 한글 두 줄이 떴습니다.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두유노 봉화사과?
광고주는 글로벌 브랜드도 대형 지자체도 아니었습니다. 인구 2만8천 명의 경북 봉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 홍보를 맡은 27세 주무관 한 사람이었습니다. 광고비는 32만9천원. 그것도 군 예산이 아니라 본인 사비였습니다.
예산이 없어서 사비로 냈습니다
봉화군 예산에는 국내 광고비 항목만 있고 국외 광고 항목이 없었습니다. 김수성 주무관은 "SNS 홍보로 공금을 쓰기엔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직접 결제했습니다. 타임스퀘어에는 여러 광고주가 15초 슬롯을 나눠 쓰는 공유형 상품이 있고 현지 업체가 개인과 소상공인에게 150달러 선부터 판매합니다. 그는 이 상품으로 24시간 동안 매시 36분마다 15초씩 총 24회 송출을 샀습니다.
그리고 군 공식 캐릭터 '봉숭이'를 앞세운 인스타그램 계정에 결제 영수증과 타임스퀘어 라이브캠 링크를 함께 올렸습니다. "AI 합성 아닙니다"라는 인증이었습니다.
뉴욕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타깃이었습니다
여기가 이 캠페인의 핵심입니다. 봉화군은 미국에 사과를 수출하지 않습니다. 뉴욕 행인이 봉화사과를 알아봐 주길 기대한 게 아니었습니다. 노린 것은 "타임스퀘어에 봉화사과가 떴다"는 사실 자체를 국내로 역수입하는 일이었습니다. 광고 문구부터가 그렇습니다. "광고 안 합니다"라고 쓴 광고를 뉴욕 한복판에 걸어 두면 사람들은 그 모순을 찍어서 퍼 나릅니다.
반응은 빨랐습니다. 게시 21시간 만에 좋아요 6천6백 개를 넘겼고 며칠 뒤 8천 개를 넘었습니다. 봉화군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입니다. 연합뉴스와 한국일보부터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스 같은 영문 매체까지 전국 언론이 다뤘습니다.
다른 지자체가 댓글로 뛰어들었습니다
2차 확산을 만든 건 다른 지자체 공식 계정의 댓글 릴레이였습니다. 울산 남구는 "광역시에서 일해 볼 생각 없냐"며 스카우트 농담을 던졌고 의성군은 "구석에 '의성마늘 짱' 넣어주면 비용 절반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충주시는 "한국사과로 표기해 달라"고 했고 결제를 담당한 네이버페이 공식 계정까지 "봉화사과 대란 예상"이라고 거들었습니다. 광고 한 장이 공공기관 SNS 전체의 놀이판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6일 뒤 계정이 멈췄습니다
광고가 뜨고 6일 뒤인 8월 19일 계정은 "내부 사정"으로 운영 중단을 알렸습니다. 외압설과 내부 시샘설이 퍼졌지만 다음 날 본인이 직접 해명했습니다. 외압이 아니라 악성 댓글과 민원이 쏟아져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군수와 공보팀은 오히려 격려했다고 했습니다. 화제의 뒷면에는 "공무원이 왜 저런 일을 하느냐"는 공격이 있었고 한 사람의 열정에 의존하는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인사이트 찾아보기
- 매체 노출이 아니라 노출됐다는 사실을 판다 – 타임스퀘어의 실제 노출 효과는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가 가진 상징성을 32만9천원에 빌려 국내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상징적 매체는 노출 수가 아니라 이야기 가치로 사야 합니다.
- 인증 장치가 바이럴의 절반이다 – 영수증과 라이브캠 링크가 없었다면 AI 합성으로 의심받고 끝났을 겁니다. 옥외광고는 현장 사진이 곧 증거이고 그 증거가 퍼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 문구가 매체와 충돌할 때 사람들은 찍는다 – "광고 안 합니다"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에 건 모순이 공유 욕구를 만들었습니다.
- 정량 KPI와 운영자 보호는 숙제다 – 사과 판매 증가 수치는 어떤 기사에도 없습니다. 화제성을 매출로 잇는 설계와 운영자를 지키는 조직 구조가 함께 가야 다음이 있습니다.
제일기획 기준으로 타임스퀘어 프리미엄 전광판 4주 집행은 수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넘습니다. 봉화사과는 그 수백분의 일로 비슷한 주목을 얻었습니다. 옥외광고의 가치는 면적과 시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생각해볼 점
- 예산이 작아도 화제의 첫 장면 하나를 만든다면 어디가 될까?
- 해외 매체를 사서 국내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우리에게도 맞을까?
- 광고비를 쓴 근거와 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보여 줄까?
참고 자료
- 주간경향 · 봉화사과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AI 아닙니다"
- 브랜드브리프 ·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뜬 '봉화사과'… 20대 공무원이 사비로 낸 광고
- 대구일보 · 32만원으로 전국 알린 '봉화사과'… 27세 공무원의 실험이 던진 질문
이런 옥외광고가 궁금하다면
희망 지역과 기간과 예산만 알려 주시면 OOHWA가 맞는 매체를 비교해 제안합니다.